불면(不眠)

새벽 3시. 

한시간 반 전에 깨서 지금껏 잠들지 못하고 있다. 내일(이제는 오늘) 오후에 아이들과 corn maze 도 다녀오기로 했으니 푹 자지 못하면 피곤할텐데, 이미 망했다. 

새벽에, 반드시라고 할 만큼 꼭 잠에서 깬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시 잠을 자야 하는데, 물 한모금 마시고는 자꾸 옆에 놓아둔 킨들을 켠다. 그러면 한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정신도 또렷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뉴스는 보기 싫고, 페이스북은 이제 가벼이 일상을 포스팅하는 사람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 새로 고침 몇 번이면 광고만 또는 정치, 종교와 같은 무거운 주제의 글만 남아있고, ...하여 다른 무언가 읽을만한 것이 없다. 그냥 책을 읽을 뿐. 

위스키나 와인이라도 마시거나 자전거라도 진이 빠질만큼 달리고 와야 깊이 잠이 들텐데 임플란트를 한 덕에 술은 입에도 못대고, 이틀 전부터 내리는 비에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 요즘 자전거는 주중에 타기 어려운데, 해가 짧아지고 도로에 차가 늘어나면서 일과 후 자전거 타기도 만만찮다. 그러니 그래블 코스를 찾아가는 주말을 놓치면, 그 주를 공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벌써 2주째. 

며칠째 내리는 가을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줄기차다. 내일 아침에 상황 봐서 자전거를 타려던 생각은 접어야 하는건지. 여름과 달라, 비온 뒤 해가 뜨더라도 도로가 쉬이 마르지 않는다. 흙길은 말 할 것도 없고. 

어제는 누군가에게 메일이 쓰고 싶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일상의,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주절거림을 담아. 그런데 마땅한 수신처가 없다. 메신저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메일과 같이 긴 호흡의 대화를 할 상대를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몇 안되는 그런 상대들이라도 또 나름의 이유가 있어 메일을 보내기 어렵다. 

대화는 그립지 않은데, 글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