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악몽
어제 새벽, 막내가 양 팔에 인형을 하나씩 안고는 안방으로 찾아왔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잠을 잘 수 없다나. 아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 거리는 소리도 들어서 알고 있었고 안방문을 살짝 열어서 엄마 아빠가 자고 있는지 살피고 간 것도 알고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자고 있으니 깨우지 말아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내게 말을 건 것. 어쨌든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으니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자게 해달라는게 아이의 요청이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아이를 자기 방에 데려가서 다시 눕히고 잠들때까지 내가 옆에서 토닥여 줄까.. 하고. 하지만 짧은, 순식간에 지나간 그 고민을 접어 놓고 침대로 올라오라고 해서 아내와 내 사이에 눕게 했다. 아이는 눕자 마자 잠이 들었고 그렇게 새벽이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이는 인형을 내려놓고 내 오른팔을 부둥켜 안고는 자고 있었다. 팔을 빼면 잠이 깰까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사진을 한장 찍었다. 아이가 잠자고 있는 얼굴을 이 각도에서, 함께 누워 있다, 사진을 찍었던게 기억이 맞다면 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던 시기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기억속의 사진을 찾아보니 맞네. 배에서 은은한 조명이 나오고 수면을 위한 조용한 멜로디도 나왔던 저 해마 인형을 아기때 정말 좋아 했었는데. )
이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올해 정도가 옆에 끼고 잘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아닐까? 이제 조금 지나면 지 형들처럼 굴겠지.
어쨌든.. 사는건 힘들지만, 그래서 어서 내일이라도 은퇴할 수 있기를 꿈꾸지만 내가 버텨서 이 아이에게 오늘 평온한 삶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ps
아이를 악몽으로 데려가는 마법의 그 단어는.. 외계인Alien 이다. 한국어든 영어든 상관없이 이 단어를 들으면 무서워서 그날 잠을 잘 못잔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금지된 단어. 마치 해리포트의 볼드모트처럼 모두들 대명사로 이야기 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