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 혼자 거실로 내려왔다. 어제 밤 늦게까지 아내가 이웃들에게 선물한다며 치즈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오븐을 열어보니 완성된 케이크들이 들어 있다. 선물용으로 작은 용기에 만들었는데 확실히 full size 보다 이게 더 나은듯. 선물하기도 낫고, 먹기도 좋다. 마침 아침에 내려 놓은 커피가 있는데 잠시 치즈케이크와 커피 조합을 고민해보다 포기했다. 선물용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데 손을 대기는 좀..
요즘 집 안 온도를 조금 낮게 유지하고 있어서 첫째의 불만이 많은데 새벽에 내려와보니 거실이 썰렁하다. 사실 68도.. 그러니까 섭씨 20도로 유지하고 있는거라 그렇게 춥다고 할 수 없지만 창이 많은 주택인데다 집 천장이 높은 만큼 외풍을 무시하기 어렵다. 가만히 있으면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 온다. 그래서 같은 20도라도 한국 아파트의 20도와는 차이가 있다. 잠시 망설이다 거실 벽난로에 불을 피웠다. 어제 저녁 내내 주구장창 나무를 태워 아직 재가 좀 있는데 그냥 그 위에 올려서 불을 붙였다. 어차피 싼타할아버지 오실때 불편하지 말라고 오후에 막내와 함께 벽난로 청소해야 하는데 그 때 한꺼번에 치우지 뭐. 그렇게 불을 피워놓고 보니 어두컴컴한 새벽, 따뜻한 커피 한잔 손에 쥐고 거실에 앉아 있는 것도 제법 괜찮다.
손가락을 꼽아 보니 이번이 미국에 넘어와서 다섯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첫해에는 나름 크리스마스 쇼핑도 다녀오고 저녁 식사도 좋은데 가서 사먹었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끼리 서로 주고 받을 선물을 직접 고르고 사게 하기 위해 어제 저녁 target 에 다녀온 것 말고는 다른 쇼핑을 다녀오지 않았다. 오늘 오후에 서점에 다녀 오는것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저녁에 성당이야 가겠지만 그 밖에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계획에 없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아내와 나 둘 다 바빠서 뭔가 다른걸 할 여유를 내지 못했다. 정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도 간신히 했을 정도니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기 보다 계속 일에 쫓기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마 미국에 오고 나서 가장 바쁜, 정신 없었던 1년이 아니었을까. 연말 뿐만 아니라 올 해 전체를 본다면. 일상의 쳇바퀴 가 너무 빨리 돌았다기 보다는 변화가 많아서 매번 바뀌는 생활 패턴에 적응을 수차례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그것들이 나쁜 쪽으로의 변화는 아니었다는 점.
내년 크리스마스는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태로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