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진땀 흘렸던 한시간

지난 금요일 대전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에 내려가 한시간 동안 세미나에 참석 했다. 대형 국책 과제를 기획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전문가들을 불러서 세미나를 듣는 자리었으니 사실 나 같은 풋내기가 낄 자리는 아니었다. 더구나 세미나를 듣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서 뛰고 있는 고참 박사님들을 앞에 두고(머리 희끗한 분들이 절반 정도 됐던 것 같다) 그 분들에게 내가 연구했던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

차라리 심사를 받는 형식이었으면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배우는 입장이니 마음이 편했을텐데 내가 처했던 입장은 그분들에게 내 연구 분야의 근황과 함께 향후 전망을 내놓고 아울러서 내 결과를 가르치는 입장이었다. 가르친다고 하면 표현이 과격하긴 하지만 그분들이 공부하러 들어온거라고 하셨으니 그분들이 공부가 되게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30분 발표를 했고 다시 질문과 답변이 30분 이어졌다. 발표 자체는 편안하게 했는데 질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셔츠가 젖어 버렸다. 그분들이 잘 모르는 분야 라고는 하지만 한 분야의 대가는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 빠른 법. 그 짧은 시간에 핵심 키워드와 연구 결과의 약점등을 찾아내서 질문 해대는 통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표하다 말을 버벅거리기도 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했다. 남들 앞에서 발표하다 이처럼 당황한 적도 기억에 없다.

내가 평가를 받는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발표를 잘 하고, 못 하고는 내게 아무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다만 내 발표가 좋은 영향의 부메랑이 되어 빠른 시일내에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내 설명이 도움은 됐을지 모르겠다. 함께 발표했던 박사님은(이분도 대기업 부장급 연구원. 도대체 왜 날 추천하고 또 그쪽에서도 그걸 받아들였던 건지.) 흥미진진하게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고는 하시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립서비스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발표였는데...ㅡ.ㅡ;;;

뭐, 덕분에 난 내 연구에서 보충해야 할 내용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실히 깨닫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