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가 온 초롱이

이틀전에 초롱이가 유난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음날 외출하고나서 돌아오니 초롱이가 왼쪽 다리를 잘 쓰지 못했다. 예전에 동물병원에서 초롱이가 고관절이 좋지 않다고 해서 관절에 이상이 왔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늦어 병원에 데려가진 못했다.

오늘 아침 일찍 가기로 했는데 이번엔 양쪽 다리를 다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거였다. 안으려 하다 몸에 닿으니 죽을듯이 비명을 질렀다. 크게 이상이 생겼구나 싶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병명은 충격적이게도 디스크였다. 간호원이 초롱이의 다리살을 세게 꼬집었는데도 눈만 데룩데룩 굴리고 있었다. 하반신이 마비가 된 것이었다. 문제가 생긴 부분의 허리에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그 아래로는 감각이 없는 듯 했다.

직립 보행을 하지 않는 개는 디스크가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람과 사는 개는 디스크가 종종 온다고 한다. 특히 사람을 좋아해서 두 발로 서서 겅중겅중 뛰는 동작을 자주하는 개일수록 디스크가 온다고 했다. 초롱이는 특히나 점프력이 좋고 이쁨받는 걸 좋아해서 우리가 들어오면 뒷다리로 서서 껑충 껑충 뛰어오르곤 했다. 평소에도 두발로 자주 서 있곤 했다. 우리는 그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웃었는데 실은 그게 초롱이의 허리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개가 이상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알게 되서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이틀만에 하반신 마비가 올 정도의 급성은 치료가 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높단다. 오늘부터 이틀간 약물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경과가 좋으면 퇴원해도 되지만 이후 초롱이가 그런 동작을 못하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침에 병원에 입원시키고 나서 이런저런 일정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넋이 나가서 계속 실수를 연발했다. 나도 아내도 마음이 이만저만 피폐해진게 아니다. 약물 치료는 비용 부담이 적어 괜찮지만 만일 더 악화된다면 MRI 촬영을 통해 정확한 위치와 확진을 하고난 후 수술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보험이 안되기 때문에 수백만원이 든다는데 솔직히 우리에게 그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은 없다. 또 그렇게 수술한다고 해서 100% 치료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한다. 결국 그럴 경우 초롱이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될 테고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상반신 이상에 이어 욕창까지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게 된다. 간혹 동물 프로그램에는 그런 개와 주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몇 년 살지 못한다고 했다. 아내와 이후 이야기를 하면서 그럴 경우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가짓수를 따져봤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후의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우선 지금 당장의 약물 치료가 효과가 있어 신경이 돌아오고 이후의 훈련 요법은 그 다음의 문제다. 결혼과 함께 우리집에 와서 우리 결혼 햇수와 같은 나이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지난 5년간 자식 노릇을 해준 초롱. 부디 고생하지 않고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