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DAY


이번주 목요일(그러니까 내일) 30cm에 가까운 큰 눈이 온다고 예보되어 있다. 그리고 이 예보 때문에 아이들 학교에서 이메일로, 문자로 쉴 새 없이 remind가 온다. 

"눈 오더라도 remote learning으로 정상 수업 합니다. SNOW DAY off 없으니 꼭 수업 들어 오세요"

아이들은 당연히 실망했고, 나도 실망했다. Snow day off 의 기본 이유는 교통 문제였으니 remote learning이 보편화된 요즘, 학교 수업을 쉴 이유는 없다. 올 초 Covid-19으로 인해 아이들 수업이 remote로 전환되자마자 우습게도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이제 snow day 안하겠는데?' 였는데.. 항상 그렇지만 내 전망은 쓸 데 없는 경우에만 기막히게 들어 맞는다. 

세상에, 창 밖으로 눈이 오는데 앉아서 공부해야 한다니. 퍽이나 그 공부 잘 되겠다. 생각만 해도 내 입술이 먼저 비죽거린다. 더구나 뒷마당이 학교 운동장 경사로와 연결되어 있는 우리집 위치 때문에 정말 끝내주는 눈썰매장까지 집에서 걸어서 30초가 걸리지 않는 상황에, 부츠와 눈썰매를 모셔두고 앉아서 눈 오는 걸 구경해야 하는 우리집 삼형제의 마음이 선생님의 애타는 목소리를 따라갈 리가 없다. 

작년 12월 큰 눈이 왔을 땐 뒷마당 눈썰매장에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눈을 치워야 하는 나 역시 아이들을 앞마당으로 불러내릴 수 없는 상황이 아쉽기는 마찬가지. 작년에 시켜보니 삼형제들이 제법 일 손을 보탠다. 1년 더 자랐으니 더 큰 도움이 될텐데, 아무래도 혼자 치워야 할 것 같다. 올해 역시 망설이다가 snow blower를 사지 않았는데 사둘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드는 아침. Rock salt와 눈삽으로 어떻게든 해 보는 수 밖에.  (아무래도 앞에 했던 말을 정정해야 할 듯. 전망이 쓸 데 없는 경우에만 잘 맞는게 아니라 제대로 전망을 해 놓고 정작 필요한 행동을 안해서 효과를 못보는 것 같다. 주식이 그렇더니 눈 치우는 것도 그렇다.)

어쨌든 내일 오전에 눈 내리면, 세 아이들은 online class 시작시켜 놓고 노랗고 맑은 국화차를 우려내서 아내와 한 잔 나눠야 겠다. 서재에서 크롬북을 열고 수업 참여해야 하는 아이들도 분명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창문 너머로 곁눈질 하느라 바쁘리라 예상하지만, 하루쯤 그런거 모른척 해 준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둘 생각. 그저, 이미 최대치로 흥분 상태인 막내가 해도 뜨지 않은 꼭두 새벽부터 마당에 나가서 눈사람 만들겠다고 주장하지만 않으면 감사할 일. 


작년이 snow day off가 있었던 마지막 해로 미국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면 한다. 눈이 오는 걸 확인하고, 학교에서 온 메일을 읽고 있는 엄마나 아빠 옆에서 Snow day! Snow day! 하고 응원의 함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모든 가정에서 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UPDATE:
학교에서 Snow day off 한다고 공지가 업데이트 됐다. 폭설로 인한 정전이 걱정되서 한다는데.. 뭔가 억지로 이유를 찾은 느낌.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만족. 나가자, 얘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