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바라보다

저녁때 거실 쇼파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어둠이 내려앉는 하늘 끝자락이 노을과 어우러져 부드러운 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다. 노을의 붉은색에서 밤의 짙은 남색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아주 짧은 시간에만 허락된 보라색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노을 사진에 열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때로 기억하는데 해질 무렵만 되면 카메라를 들고 가까운 건물 옥상에 올라가 적절한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곤 했었다. 추운 겨울에도 손을 감싸쥐고 입김을 불어가면서 건물 옥상을 지켰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열심이었다.

노을 사진을 찍지 않게 된건 흑백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사진의 색 표현에 관심을 잃고 난 이후 부터다. 그러면서 해질 무렵의 노을을 관심있게 올려다 보는 일도 없어졌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평소 무신경하게 넘어갔던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며 좋아했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자 피사체가 아닌 것들에는 무관심해 지는 역작용이 생긴 것이다. 사진이 뭐라고.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더라도 자연이 보여주는 색의 향연을 외면하며 살 필요는 없을것 같다. 기록은 감동에 앞설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감동하느라 셔터를 한박자 늦게 누르면, 아니 누르지 못하면 또 어떤가? 사진은 그런 감동을 남기기 위한 보조 기구에 불과한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