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진학 문제

아내의 collage 진학 문제를 주말 내내 함께 상의했다. 원래는 아내가 2년 뒤에나 생각해 보겠다고 했던 문제인데 지난 금요일 아내가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업무의 진입 장벽이 낮은 직종에 근무하다보니 비전이 없고, 각고의 노력 끝에 승진을 하더라도 늘어나는 업무량에 비해 보상은 크지 않다는 문제를 지난 한달 크게 느꼈다고. 결국 노동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진입 장벽이 분명하게 있는 전문 영역을 확보해야 하는데 미국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PhD를 한 것도 아니다 보니 community collage 를 진학해서 전문적인 분야를 공부하는게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생각이 흘렀다고 했다.

공부를 하고 싶고, 방향도 스스로 잡고 있다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당장 등록하고 시작하라는게 내 의견. 등록금이야 론을 받을테니 공부하는 동안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맞벌이를 못하게 되니 분명히 생활에 영향은 있을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지금까지 안보내던 아이들 학원도 앞으로는 보내야 하고.

분명 앞으로 몇년 저축도 줄어들고 생활비도 지금보다 더 아껴야 하겠지. 하지만 배워서 지금보다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내의 나이를 고려하면 학업을 마치더라도 최소 20년은 더 일할 수 있는데, 절대로 늦은 나이가 아니다. 아내에게 그랬다. 쉽게 소비되는 노동력 취급 받기 싫어서 미국에 온건데, 그러면 조금 돌아 가더라도 전문성을 확보하는게 우리가 미국 오면서 한 다짐에 부합하는 것 같다고.

그런데 다음 학기에 등록을 하려면 인수 인계 기간을 고려할때 지금 다니는 회사에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조만간 해야 한다. 하필이면 승진한지 두달도 안된 시점이고.. 바로 그만둔다고 말하는 상황이 되서 아내는 마음이 불편한 모양. 이해는 가지만 그건 한국식 마인드다. 만일 다음달에 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 회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당신을 lay off 할 거라고 이야기해 줬다. 회사에 대한 미안함에 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아내의 수업 시간이 춤을 출테니 세 아이들을 케어하는 문제도 분명 골치 아플거라 예상되긴 하는데 그 문제를 따지고 들면 할 수 있는게 없다. 할 거면 일단 저지른 뒤에 지난 20년동안 우리 둘이 항상 그래왔듯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내 생각은 분명하게 전달했는데, 아내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사실 공부한다는게 남 일처럼 말하기는 쉬워도 막상 내가 해보면 어려운 길이어서. 어느 선택을 하든 내가 말을 보탤 일은 더 이상 없겠지만, 기왕이면 현실에 당장의 익숙함을 주는 길 보다는 힘들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