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요리

우리집에는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는 요리가 있다. 다름아닌 아빠요리. 음식을 할 때 뭘 만들지 정해놓고 재료를 준비하는게 아니라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재료들을 소진하는 방법을 찾아 요리를 하는 내 습관 때문에 내가 하는 요리에는 규칙이 없다. 재료도 매번 다르고, 결과물도 매번 다르다. 여기에, 새로운 걸 시도해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에 재료가 멀쩡히 있어도 색다른 조리법을 자꾸 시도해 본다. 그렇다 보니 "이 요리는 이름이 뭐에요?" 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만들어 놓고 나도 그게 뭔지 모르니- 그런 알 수 없는 음식들에 붙은 별명이 "아빠요리" 다. 

그런데 3학년인 둘째가 요즘 요리를 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걸 시도해 보기를 좋아하는 이 아이의 눈에 매번 새로운 요리를 내놓는 아빠가 신기했나보다. 자기도 아빠처럼 신기한 음식을 만드는 걸 해보고 싶다고 해서 요즘 틈만 나면 옆에서 주방 보조를 시키고 있다.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와 양파 볶는 걸 시켰다. 둘째가 그러는 덕에 뭔가 궁금해진 첫째가 부엌을 기웃거려서 올커니 하고 그녀석도 불러다 다른 프라이팬을 하나 넘겨서 프라이팬 두개를 모두 아이들에게 넘기고 나는 재료 준비했던 그릇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어머니께서 내게 주방 일을 가르치시면서 내가 어른이 될 무렵에는 남자도 주방일을 여자만큼 하게 될 거라고 하셨는데 내가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저녁 준비를 하는 걸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아내만큼 주방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거꾸로 한소리 들을지도...? (얼마 전 아내에게 내 생각에 난 집안일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피식 웃고 말더라는. 아닌가 ㅡ.ㅡ)

그런데 아이가 보조를 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요리의 범위가 대폭 축소가 됐다. 아이에게 시킬 수 있는게 제한적이다 보니 복잡하거나 위험한 조리법은 피하게 되서 자꾸 요리가 평범해지고 간단해진다. 그랬더니 오늘 아이가 한마디 했다. "아빠요리 같이 않아요." 음... 원래 냉장고 열어서 눈에 띄는 재료로 대충 만드는게 기본 방침이었던 탓에.. 뭔가 색다른 걸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은 해 본 적 없는데 엉뚱하게 아이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평생 안해보던 색다른 조리법 고민을 다 해본다. 간단하고 안전하면서 독특한, 그런 조리법.

뭘 해보지. 요리 유튜브라도 좀 찾아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