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ice

어제 아침, 첫째와 막내가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으며 쥬스에 대한 대화를 했다. 저녁에 과일 쥬스를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던 끝에 나온 대화는 이랬다. 

"형, 쥬스가 영어로 뭐야?"
"쥬스는 원래 영어라서 그냥 쥬스야."
"정말?"
"어."
"그럼 쥬스가 한국어로는 뭐야?"
"즙."
"즙?"
"어. 과일 같은 걸 갈거나 짜서 안에 있는 액체만 걸러낸 걸 한국어로 즙 이라고 해. 애플쥬스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과즙이야."

그 말이 재미있어 테이블을 떠나 아내와 함께 부엌으로 도망쳐서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단어를 차용하는 의외성이 재미있어 웃기는 했으나 쥬스를 즙으로 번역하는 게 잘못된 번역은 아니다.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서 그렇지 단어 자체의 의미로만 보면 더 없이 정확한 번역이다. 다만 애플쥬스를 사과즙이라고 번역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재치있는 농담을 하고 있다고 처음에 받아들이겠지. 그런데 첫째는 농담을 한게 아니다. 막내를 놀리거나 장난친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말투에서 느껴졌다.

한국어를 일상 생활에서 습득하는게 아닌 학습을 통해 습득하다 보니 한국에서 사전적 의미대로 쓰이지 않고 외래어를 그대로 채용하는 경우에 대해 첫째가 간혹 혼란을 겪는다. 이건 영어인데 왜 한국에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냐고. 나름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설명이라는게 대부분 '이래서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내 예상' 일 뿐 정말 그런지는 알기 어렵다. 

아이의 한국어가 좀더 유연해 지려면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를 더 다양한 사람과 주제로 넓혀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래서 교포 한국어가 형성되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