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ding & weekend
주말은 대부분 평일보다 이른 시간에 잠이 깬다.
잠이 깨자마자 눈을 뜨기도 전에 잠시 숨을 죽이고 창 밖의 소리를 들었다. 바람 소리가, 잦아 들었다. 어제는 오후에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불었는지 뒷마당에 놓아 둔 아이들 장난감 축구 골대가 이웃집 마당으로 날아가 버려서 찾으러 다녀야 했다. 그래서, 하늘은 정말 맑았지만,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위험해서 그냥 손가락만 빨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상태로 귀를 기울여 보고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자 마자 눈을 뜨고는 휴대폰의 날씨 앱을 찾아 켰다.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은 쾌청하고.. 그런데 내일부터 며칠간 비가 부슬거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고.. 기온도 다시 낮아진단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를 마쳐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섰다.
기록은 1시간 4분. 올 봄 첫 라이딩에서 1시간 8분을 기록한 후 탈 때마다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고 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17마일 코스인 livingston loop 을 벗어나 내가 heart loop 이라고 이름 붙인 32마일 코스를 타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분기점에서 그냥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이 코스는 지금 몸 상태면 2시간반은 걸릴텐데, 그만큼 오래 운동하고 온다고 아내에게 미리 말을 안했다. 아이들 아침 먹을 때 까지는 집에 돌아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을테니 불필요하게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나서면서는 회사 업무 생각을 달리면서 좀 하려 했는데, 달리다 보니 회사 업무 생각은 거의 안하고 그저 도로에만 집중한 채 달렸다. 하긴, 무슨 회사 생각이야. 이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운동을 할 때면 머리속은 텅 빈다. 그리고 그게 운동하고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이유겠지.
신물이 넘어올 만큼 열심히 달렸고, 기록도 좋아졌고, 언덕을 오를 때 허벅지 근육이 전보다 더 힘을 유지해 주는 것도 확인했다. 천칼로리 가까이 열량도 소비했고. 라이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뒷마당에 잠시 앉아 남은 음료를 마시면서 숨을 고르는데 정말 상쾌했다.
점심 먹고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게 해 줄 생각. 막내가 드디어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는 걸 시도하고 있다. 두 번 정도 내가 잡아주면서 탔고 이번주에는 다시 보조바퀴를 달았다. 다만 조금 위로 울려서 달아 자전거로 중심을 잡는 느낌을 느껴보게 해주고 있다. 보조바퀴를 달고도 전보다 속도가 빨라진 걸 보니 몇 번 더 타보고 다음주 정도엔 다시 보조바퀴를 떼고 타는 연습을 해도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게 뭔가 숙제를 하는 기분이다. 첫째는 너무 쉽게 탔고(보조바퀴를 뗀 첫 시도에서 그냥 혼자 타고 갔다. 타고난 균형 감각 덕분), 둘째는 고생했다. 첫째때 적당히 고생을 좀 했어야 나도 아이에게 자전거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않아 둘째가 상대적으로 더 못타는 듯한 느낌에 아이를 좀 다그치는 실수를 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긴장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막내는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보조바퀴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천천히 익숙해지게 하고 있는 중. 이번 봄이 지나기 전에는 보조 바퀴 없이 혼자 탈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말은 잔디 관리를 좀 할 생각이었는데 다음주에 다시 추워진다고 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잔디씨앗을 뿌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적당히 겨울동안 자란 이끼들만 걷어내면 충분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