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office


사무실을 옮겼다.

책상은 이미 지난달에 옮겨서 여기서 일한지 몇 주 됐는데, 내가 요구했던 나머지 세팅이 오늘 오전에야 끝났다. 특별한 건 없다.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디스플레이로 쓸 TV를 들였고 반대쪽은 대형 화이트보드를 두개 붙여 벽 대부분을 화이트보드로 덮었다.

남는 공간이 커 보였는지 골프 연습용 툴을 놓으라던가 티 테이블과 소파를 놓으라는 제안도 있었고 책장을 큰 걸 들여 놓으라는 조언도 받았다. 그런데 사실 내 사무실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그 빈 공간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쪽 벽을 다 차지할만큼 넓은 화이트보드와, 깊게 생각을 해야 할 때 서성거리며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 또는 두세명이 함께 서서 화이트보드를 이용해서 함께 토론할 때 비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공간. 이걸 위해 내 책상과 회의 테이블도 일부러 작은 사이즈로 바꿨다. 직책에 상관없이 개발자의 사무실은 더이상 더하고 뺄 것이 없을만큼 실용적이어야 한다. 고객을 접대할 일도 없고, 내 보스들이 찾아 오더라도 업무 이야기 외에는 이 공간을 쓸 일이 없으니까. 딱 나와 내 팀원들이 토론하기 좋은 공간이면 족하다. 비서가 더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보드마커 한박스를 달라고 했다. 보나마나 엄청나게 소모할 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에게 그런 설명을 했더니 다들 웃더니 우리 회사 고유의 행복하게 일하는 문화를 파괴하기 위해 경영진이 채용한 어쌔신이라는 해묵은 농담을 꺼내면서 내 사무실에서 나갔다. 이 사람들은 내가 입사할 때부터 그 소리를 하더니 아직도 한다. 


어쨌든 기분은 좋다. 사무실이야 진작에 있었으니 그건 상관 없는데, 그토록 바라던 한쪽 벽이 화이트 보드로 꽉 차있어서 공간 제약 없이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며 토론할 수 있는 사무실을 드디어 갖게 됐으니까. 내 드림 오피스는 창문을 뺀 모든 벽이 하얀색 아크릴로 되어 있어서 손 가는 곳이면 어디든 아이디어 스크래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이걸로 만족. 언젠가는 그런 사무실에서 일 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