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 Crime
애틀란타에서 벌어진 한국 여성에 대한 총기 범죄로 지난주 내내 뉴스 헤드라인이 시끄러웠다.
The Economist에서 언급한 통계를 보면, 작년 한해 전체 hate crime은 7% 줄었으나 Asian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는 150%가 증가했다. Covid-19 으로 인해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최근 중국과 미국 사이의 첨예한 갈등 역시 분명하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것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불충분하다.
미국 역사에서 인종간 hate crime 이 심각했던 시기는 항상 새로운 이민자 그룹이 기존 기득권에 도전하던 시기였다. 1800년대 아일랜드계에 대한 잉글랜드계의 hate crime이 그랬고, 1900년대 이탈리아계에 대한 hate crime이 그랬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Gans of New York(2002)에 보면 새로운 이민자 그룹인 아일랜드계에 대한 hate crime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
서로 다른 인종이 섞이면 무조건 갈등과 차별이 생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을 포함해서, 예외는 없었다. 그러니 이민 1세대만 따져도 전체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인종간 갈등이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정도면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
더구나 지금 미국 사회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유럽계가 아닌 아시아계 이민자가 기득권에 도전하는 상황. 전체 이민자 수는 남쪽 국경을 넘어오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가장 많겠지만 지난 10년으로 한정해 놓고 보면 아시아계, 특히 인도와 중국계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다.
- H-1B 쿼터의 73%는 인도, 12%는 중국계다. 고급 인력에 대한 취업비자의 85%를 이미 아시아에서 가져가고 있다.
- 투자이민 카테고리인 EB-5의 경우 중국이 거의 50%를 차지한다.
- 중국계 이민자의 54%, 인도계 이민자의 76%가 과학기술/IT 또는 비지니스에 종사하며 단순 노무직 비율은 각각 3%, 1%에 불과하다다 (전체 이민자 평균은 각각 33%, 13% 수준이다)
- 중국계는 전체의 29%, 인도계는 38%가 스스로 일자리를 구해서 오는 취업비자/영주권자다. 전체 이민자를 보면 이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한국계는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데, 59%가 취업비자/영주권을 받아서 이민을 온다)
- 2018년에 영주권을 취득한 이민자로 한정해서 국가별 순위를 따져 보면 중국계가 3위, 인도계가 4위인데, 1,2위가 멕시코, 쿠바라는 걸 고려하면 지리적/정치적 요소를 배제할 경우 이들의 위상이 보인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 영주권자들은 위에 말했듯이 상당수가 employee based 영주권 취득자다. 멕시코,쿠바와는 영주권 취득 후 사회 포지션이 다르다. (쿠바 영주권 취득자의 91%는 난민 자격으로 영주권을 받았고 멕시코는 65%가 가족 초청 이민이다)
-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도 중국은 8%, 인도계는 5%에 불과하다.(의료 보험이 없는 전체 이민자 비율은 20%이며 native born은 7% 수준이다.)
- 전체 중국 이민자의 34%, 인도 이민자의 40% 가 지난 10년 사이에 미국에 도착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젊다는 뜻. (한국계는 지난 10년 미국에 온 비율이 17%에 그친다)
- 평균 소득도 인도계는 $132,000(2019년 기준) 으로 native born의 평균 소득의 두배에 달한다. 중국계도 native born보다 13%나 높다.
통계 자료:
요약하면, 인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아시아의 이민자들은 높은 학력 수준과 합법적인 비자/신분을 갖고 있으며 이미 부유하거나, 랜딩과 동시에 미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조건의 이민자들이 단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나 native born을 몰아낸 경우는 미국 역사에서 잉글랜드계 이민자들이 인디언을 몰아냈던 게 유일한 기록이다. 이후에는 한번도 없었다. 이민자들은 항상 가진 것 없이 도착했으며 가장 낮은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 도착한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은 랜딩하자마자 사회의 주류 계층/기득권층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미국땅에 도착했던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인종이 같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물결인 셈이다. Native born 입장에서 보면 항상 지저분한 일을 하며 가난하게 사는 이민자로 아시아계를 기억하고 있는데 어느날 보니 주위의 아시아 이민자들이 대부분 나보다 잘 살고 있고, 심지어 내 고용주이기도 한 상황인 것. Covid-19도, 중국과의 마찰도 모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일 뿐 언젠가는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에서 인도와 중국의 이미지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미국과 같은 서구권에서도 비슷하다. 하지만 현재 그 두 나라의 모습이 그 나라 출신 이민자들을 정의한다고 봐선 안된다. 지금 미국에 랜딩하는 이들은 미국 기준에서 보더라도 매우 우수한 인력들이고 빼앗기는 인도와 중국 입장에서 아픈 지점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이 미국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것이냐 하는 부분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독일계가 2차대전 직전까지 짧지만 큰 영향을 미국에 끼친 것 처럼(아직도 kindergarten 같은 독일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고..) 아시아계가 적응을 넘어 미국의 문화 자체를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내가 보기에 Asian에 대한 hate crime의 본질은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아니다. 기득권을 놓고 벌어지는 인종간 충돌의 시작이다. 아직은 아시아계가 절대 소수지만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충돌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각각의 개인들은 기득권 경쟁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뜨거운 물과 찬물이 섞이는 상황이면 물 분자 하나하나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어느 온도에서 균형이 맞느냐만 중요할 뿐.
그렇기에, 슬프지만, 이런 범죄가 단기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균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